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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북한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 대학교 영어과를 다니던 본명 김성훈.

21살 때 북한의 소형 잠수정에 실려 남한에 밀입국한 간첩으로 남한에서의 이름은 김기영으로 특별한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벌이지 않고 남한에 암약하는 간첩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남한에 들어 온 김기영은 지령에 따라 서울의 대학교에 입학하고 영화수입업자로 일하였으며 장마리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현미라는 중학생의 아버지다.

장마리는 외국수입승용차 대리점에 다니며 남편에 대한 의심을 조금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김기영의 상관인 이상혁이 남한 생활 10년이 지난 시기에 홀연히 연락이 끊겨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방황하다가 체념하고 서울의 일반시민처럼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직장에서 이메일을 받고 해독해보니 북으로 귀환하라는 지령을 받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편의 정체를 전혀 모르던 장마리는 소설 끝 무렵의 김기영의 고백을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자신은 남편 김기영이 없어도 혼자 살아 갈 수 있노라 선언하고, 제3국으로 탈출을 구상해보기도 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김기영은 남한 정보요원들에게 체포된다.

그 때, 자신이 월급을 주고 일을 시키던 직원도 사실은 정부정보요원임을 알았다. 여태 남한 정보기관에서 그 동안 김기영을 꾸준히 감시하고 있었으며 '잊혀 진 공작원'에서 불려 나와 다시 북한으로 귀환하려는 그의 행동을 주시한 후에 그를 체포하여 설득하여 지령을 부여한다.

한 밤중 해안으로 접근하여 북한 잠수정에 맥라이트 신호를 보내며 남한을 탈출하기 직전 해안 서치라이트가 잠수정과 그를 발견하고 기관총을 발사하여 탈출을 저지하는 계획이었다. 이때 "조명탄이 밝혀놓은 해안은 초현실주의적이었다. 하늘은 검은데 세상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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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연작을 연상시켰다. 결국 김기영은 남한 정보요원의 도움으로 북한 귀환이 좌절되는 과정으로 끝을 맺으며 어쩌면 김기영의 바람이었을 지도 모른다.

남한에서 계속 감시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늦은 새벽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무일없었다는 듯 아침을 시작한다. 부부는 서로 자신의 과거를 공개했지만 평소와 같이 지내갈 것이다.

실제 있을 것만 같은 소재를 다루고 시간을 챕터별로 나눠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지만 다소 이해가지 않는 캐릭터성이나 묘사가 몇 있었다. 현미가 친구 집에 놀러가서 일어난 일이라던가 박철수의 채식 찬양 등등.. (당장 생각나는건 이정도) 그리고 장마리의 불륜행위는 권태에 빠진 아줌마를 나타내고 싶었는지 뭔가 상징적 의미가 있는건지 필요한 묘사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김영하 작가 특유의 무심한듯한 문체는 꽤나 사실감을 높여주기도 하고, 인물들의 삶을 그리되 적절히 선을 그은 것은 소설의 완성감을 높여주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