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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민주주의 체제의 붕괴는 단순하게 극단적인 독재자에 의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한국도..)

저자는 전제주의를 가르키는 몇가지 시그널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붕괴되거나 아니면 보존된 여러 케이스를 인용하여 미국의 상황을 비교하는데 꽤나 그럴듯하다.

생각나는 것만 말해보면 민주주의의 규범을 거부하거나, 선거의 경쟁자에 대한 부정, 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 언론과 경쟁자의 기본권 억압 등.. 저자는 이를 미국의 민주주의 규범이 허물어진 결과로 이해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 민주주의를 와해시키기 전까지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유지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수정헌법? 아니면 선동가가 없어서?

저자는 아무리 잘 만든 헌법이어도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법은 완전할 수 없어 항상 허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다양한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있는 그대로 해석할 경우 법의 취지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체계화되진 않았지만 여태 유지된 규범이 제대로 지켜져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동작할 것이며, 실제로도 미국에서 이 규범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한다.

또한 잠재적인 독재자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한것은 정당 체제도 한 몫을 차지한다. 정당에서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와 같은 경선 제도를 실시했으며 꽤나 후보를 잘 필터링해왔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정당의 역할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됨으로써 이미 그 필터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기능을 잃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선거 운동에 필요한 외부 자금을 쉽게 끌어올 수 있어 부유한 후보자가 약진할 수 있고, SNS의 성장으로 인한 접근성. 즉 대중적 지지를 쉽고 빠르게 끌어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상기된 내용도 이유지만 근본적으로는 당파적 양극화를 지적했다. 정책 차이를 넘어 인종과 문화가 얽혀있어 본질적인 갈등으로 까지 뻗어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웨이브가 워낙 크고, 전부터 미국은 왜 직선제가 아닌 선거인단 제도를 통해 선출하는지 궁금했었는데 그 가려움을 긁어주는 재밌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