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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사람들이 이 책을 보기 전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김영하 작가가 추천하는 여행지나 정보가 있을거다'

그런데 정직하게도 정말 여행의 이유를 산문으로 적어낸 책이다.

인간은 왜 떠나는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으며, 삶의 의미를 묻는다.

첫 파트인 '추방과 멀미' 챕터부터 너무 흥미진진했다. 책을 쓰러 한 달간 상하이에 머물기로 했지만 비자 문제때문에 하루만에 다시 한국으로 추방되는 도입부

일반적인 반응은 화내며 '다시는 중국따위는 안간다' 이럴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만, 겪어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의외로 최악의 기분은 아니었다. 여행은 아무 소득 없이 하루 만에 끝나고, 한 번 더 중국을 왕복하고도 남을 항공권 값을 추가로 지불했으며, 선불로 송금해버린 숙박비와 식비는 아마도 날리게 될 것이 뻔했지만, 난생처음으로 추방자가 되어 대합실에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중략

기대와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이 족므 더 알게 되는 것.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사실 첫 방문이 아니었던 중국 방문. 학생운동에 열심이던 그와 동료 학생들을 정보당국과 기업들이 일종의 회유 삼아 보낸 첫 중국에서 일화들

사회주의 중국에 환상을 지니고 있었을 때라 감시자들을 따돌리고 몰래 만난 베이징대학생과의 대화 등의 경험을 통해 환상에서 벗어났고, 운동을 그만두었으며, 결국 대학원 진학을 거쳐 소설가가 된 서사.

김영하 작가의 여행은 관광과는 다르게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감각을 열어 느끼는 경험'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마치 새 소설을 찾아 읽는 것과 유사하며 소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때로는 현실에서 달아나고, 다시 다른 못브으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점.

책을 다 읽고 나면 내가 해온 여행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성장했을까 하는 거창한 생각을 해보게된다.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별거 없다. 기억에 있는 여행에도 몇번씩이나 계획이 틀어져서 사소한 시행착오를 겪었던 여행이 기억에 남기는 하는데..

어찌보면 시덥잖은 내용을 가진 책인데(별 내용 있나 싶은 생각), 막상 읽어보면 너무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하게 삶을 다른 각도에서 볼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능력이 인상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