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잃어버린 도시
북쪽에서 온 이방인이 묻는다. 젖먹이인 딸을 데리고.
여기가 원청입니까?
그는 한파와 폭풍을 뚫고 도착한 서진에서 젖동냥을 다니는 홀아비의 모습이었다.
황하 북쪽 지역에서 태어난 린샹푸는 목수로 성인이 될 때까지 그리고 부모님을 여읜 후에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떠난 적이 없었다. 어느 한 남매를 만나기 전까지는.
오빠인 아창과 동생 샤오메이는 머물 곳이 없어 잠시 린샹푸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것이 샤오메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들어본 적 없는 원청이라는 도시에서 왔다는 그녀.
운명의 실이 두 사람을 엮어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사랑하게되었다. 그도 같은 마음일거라 믿었다.
하지만 혼사가 끝나고 샤오메이는 떠나고 말았다. 린샹푸의 재산인 은괴와 함께
충격을 받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목수 일을 하며 다시 살아간다. 하지만 집에 돌아올 무렵, 그의 어머니가 쓰던 베틀소리가 나지 않던가. 그녀가 돌아왔다.
혈육을 벤 샤오메이는 린샹푸에게 다시 돌아온 것이다. 린샹푸는 그녀보다 은괴의 출처를 물었지만 묵묵부답인 샤오메이.
린샹푸는 다시 한 번 참아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그녀를 다시 받아 주었다.
그녀를 닮은 딸을 출산한 샤오메이는 출산 한달 뒤에 또 다시 자취를 감췄다. 고향인 원청으로 떠났다는 생각이 들어 린샹푸는 모든 재산을 의형제이자 집사인 톈다에게 맡기고 젖먹이인 딸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 떠난다.
정처없이 남쪽으로 향하다 샤오메이가 쓰던 말투와 비슷한 지역인 시진까지 도달하게 된다.
린샹푸가 샤오메이를 결국 만나게 될지, 그녀가 린샹푸에게 자신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줄지 내내 궁금했지만, 궁금증은 의미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시진에 정착해 사는 린샹푸의 이야기에 빠져들며 그와 호흡하고 그를 응원했으며, 어떤 인생을 살아 왔는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급격한 근대화와 식민지화를 겪은 나라들 모두 말 못할 혼란을 겪었는데, 청 말기의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시에서 아녀자들을 희롱하고 남자들은 귀를 잘라내어 몸값을 요구하는 야만의 시대.
작가는 이런 부조리함에 절망하지만 계속 일어나면서 인간의 생명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얼마나 강한지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이 글을 쓰면서 린샹푸와 함께 호흡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아직도 또렷하게 느껴진다. 운명의 실로 얽힌 등장인물들과 그 안의 부조리함과 인간성도
직접 두 눈으로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