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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유작가님이 올해 발간한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저번에 이 책을 주제로 방청을 했었는데(무슨 책인지는 당연히 알고 갔다.) 아직 책은 읽어보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집어들었다.

'역사의 역사'를 발간하고 바로 다음에 낸 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이전에 도시기행이라는 책이 있었다. 잡설은 그만하고 책을 소개해본다.

인문학과 과학의 연관성

인문학과 과학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먼저 인문학과 과학의 뜻을 살펴보자.

인문학: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로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

과학: 사물의 구조, 성질, 법칙을 관찰 가능한 방법으로 얻어진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지식의 체계

모두 위키피디아의 설명이다. 둘이 다른 학문 분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꽤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인문학은 이런 기술과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고, 윤리적 측면에서 고찰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이 강조되며 환경 문제나 인공지능의 윤리와 같은 분야에서 두 분야에 통합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사이가 그렇게 썩 좋지많은 않았지만, 인문학은 과학을 껴안으면서 서로 전진했다.

그렇다면 둘의 학문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과학은 부정할 수 없는 물질의 증거를 찾아내고, 인문학은 정답이 주어지지 않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이런 차이로 인문학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어려운 질문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지 않고, 과학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나눈다는 점에서 견해 차이로 인해사이가 좋지 않다.

책의 서론에서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일화가 하나 나온다.

파인만이 '평등의 윤리'를 주제로 한 학제적 토론회에서 '평등'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정의한 후 토론을 전개하자고 했는데,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는데, 파인만은 인문학자들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는 지혜롭다고 믿는 '거만한 바보'라고 평했다.

유작가는 처음엔 파인만이 지나쳤다고 생각했지만, <코스모스>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이과의 세계를 접하면서, 물질세계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무지한 자신이 '거만한 바보'였음을 인정하면서 과학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책이 시작된다.

과학의 시작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재 과학의 기초가 되는 수학과 자연 철학이 발전해왔다. 철학적 사고를 중시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동시에 자연의 원리에 대한 관찰과 탐구를 통해 과학적인 발견도 이루어졌다.

과학의 기원이 인문학으로 여겨지는데, 때문에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이는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춰야 온전해 진다는 의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에 대해 궁금해 하기 앞서, 자아의 물리적 거처인 '뇌'에서 나를 상징하는 모든 것이 담기고 움직이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려면 '뇌'라는 기관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한 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이 존재해야할 이유는 특별히 없으며, 그저 DNA를 운반하기 위한 하드웨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과학적 이론과 사실에 기반하여 인문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접근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특히나 맹자의 '측은지심'을 뇌의 거울신경세포의 작용으로 인한 인간의 본성임을 이야기하거나, 칸트와 양자역학의 관계를 서술하는 파트는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인문학과의 교차점을 단숨에 와닿을 수 있게 풀어낸 구절이다.

책의 부제처럼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이는 인문학적 고민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 파인만이 말한 '거만한 바보'가 되지 않고 과학을 받아들인다면 해답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과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사실 '과학'이라고 하면 실생활에서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지만, 막상 그 이론들은 일반인들에게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고 와닿지 않는다. 인문학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보다는 인문학이 사람들에게 훨씬 가까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안될과학'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양자 역학이란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이나 이런 뛰어난 과학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편견과는 달리 너무 재밌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설명하는 사람이 잘해야겠지만)

파인만이 가진 재능 중 하나가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물리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인데도 간결하면서 핵심을 놓치지 않는 강의로 정평이 나있었다. 과학을 쉽게 접하려면 강연자의 역량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과학 교양서로 유행한 적이 있어서 본 적이 있다. 한 번 책을 집으면 다 읽는 편이어서 완독하긴 했지만 내용은 기억나질 않는데, 지금 시점에 읽으면 좀 더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코스모스를 올 해의 마지막 책으로 장식하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