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책에 관해
저번 주에 유시민 작가님의 '문과남자의 과학 공부'라는 책을 주제로 한 강연에 방청을 신청했는데 당첨되서 갔다왔었다. 강연에서 이 책에 대해 간단한 담론이 오갔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아 책을 집어들었다.
국가의 변천사
국가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논하는 철학과 이론은 크게 갈래를 나눌 수 있는데, 책에 서장에서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이를 설명한다.
먼저 홉스의 국가주의 국가론부터 시작한다. 홉스의 사회계약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국가는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세로 부터 인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국가는 합법적인 폭력을 행하는 주체이다.
이어서 존 로크와 애덤 스미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주장한 자유주의 국가론이다. 로크의 경우 사회계약을 어느 한 사람이나 추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다수파에게 권력을 양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때 국가 권력은 국민의 평화, 복지 외에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호의 민주주의 헌법과 거의 유사하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은 국가는 지배계급이 계급투쟁을 수행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인간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애국심
애국심은 국가의 배타적인 감정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경우 애국심이 옳지 않다고 말했는데, 권력 유지를 위해 공권력을 지휘하고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잘못된 생각이 아닌 애국심 자체를 악으로 본 것이다.
피히테는 강력한 국가주도의 교육을 통해 애국심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히테가 말하는 애국심에서는 '민족'의 성향이 짙어 국민을 노예로 종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정치사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워낙 다루는 범위가 넓어 '국가'라는 한 가지 주제에 논할 때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작가의 글솜씨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읽다보면 유작가가 지향하는 세상이 자유를 지향하고, 상식이 통용되는 느낌이 짙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극우화되가는 분위기에서 가슴 한켠에 불을 지피는 책이다.
또한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다양한 관점에 대한 존중에 있었다.
'내편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도식적인 관점이 아닌,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여러 관점이 섞여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하나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할 이념도 없다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는 태극기와 촛불이라는 2가지 절묘한 상징으로 나뉘어져 있고 국가주의, 애국심, 안정, 보수 등으로 연결되는 태극기와 자유주의, 개인, 민주 라는 상징의 촛불. 왜 그것이 태극기여야 했고 촛불이여야 했는지를 알게된다.
서구사회에서 수백년을 걸치며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힘들게 이뤄왔던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한국은 짧은 시간에 선물처럼 날라왔다.
완벽한 시스템이 있어서 신경쓰지 않고도 잘 운영될 수 있는 국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민주주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상, 이상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일 누군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며 투표를 소홀히 하거나, 누가 되거나 다 똑같지 하는 냉소주의로 정치를 외면하게 되었을 때, 권력을 폭력으로 삼고자 하는 자들은 더욱 세를 떨치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마음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