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결정장애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무심코 사용했던 '결정장애'라는 단어에 대해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는다. 결정장애라는 표현에서 '장애'는 부족함 혹은 열등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는 막연하게 차별하지 않고 꽤나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든 모든 사람이 처음에는 그렇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지만, 무의식중에 얼마나 차별적인 사고와 고정관념에 묶여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권'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은 차별을 당한 경험이 없어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다. 팔, 다리 멀쩡한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지하철역에서 매일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전장연의 시위를 보면 그 특권을 가지지 못한 집단들의 목소리를 알 수 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특권이라는 것을
특히나 요즘들어 약자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고민할만한 시점인 것 같다. 아니 너무나도 늦었다. 한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의식은 너무나도 저열하다고 느껴진다. 책에서 귀따갑게 차별과 혐오에 대해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을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관심에서 밀려난 차별 인식을 알리려는 저자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비판점
일상에 녹아든 차별적 언어 차별에 대한 에피소드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은 동의하는 내용이지만 너무 많은 차별 문제를 제기한 것에 비해 대안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또 통계에 대한 오류를 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여의 임금차이에 대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는다라는 근거로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근무 강도와 직군을 고려하지않은 흔히 볼 수 있는 오류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못한다는 인식을 생물학적 지적 역량의 차이가 아니라 차별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이 많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계속 반복되는 차별이야기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같이 혐오와 차별로 점철된 시대에서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은 교양 서적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