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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계급?

책의 제목인 유한계급론의 '유한'은 흔히 생각하는 수량이 한정되어있다는 '유한'이 아니다.

책의 영제인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유한'은 생산적 노동에 적극적인 의욕을 가지지 않고 비생산적 소비생활을 하는 계층을 말한다.

책의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저자의 이름을 딴 베블런 효과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 하다.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허영심에서 수요가 발생하여 가격이 비쌀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로 상류층의 과시적인 소비를 지적하면서 생겨난 말로 이 책에서 생겨난 단어이다.

유한계급의 일상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

베블런은 약탈적 문화에서의 노동은 사람들의 사고방식 안에서 주인에 대한 복종이라고 여겨진다고 말한다. 이는 열등함의 표시로 상류층의 남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로 간주됐고, 이런 전통이 이어져 노동은 천한 사람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유한계층은 노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여가 및 사교활동으로 시간을 보냈고, 이는 태도와 예의, 매너와 같은 교양문화의 발달로 이어졌다. 교양은 시간, 노력이 필요한데, 노동을 하지않는 상류층들은 남는게 시간아닌가!

소유권의 시작

인류의 소유권은 야만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남자가 여자를 소유한 것이 소유권의 시작으로 본다. 적들로부터 여자를 강제로 강탈해온 습관은 소유 및 결혼의 형태로 진화했고, 결과로 일부다처제와 같은 체제가 생겨났다. 여자뿐만 아니라 흑인과 같이 사람을 열등히 여겨 노예로 삼는 등 노예제도로 확대됐다.

오늘날에도 트로피 와이프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남녀 모두 해당되기도 한다.)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 순종적인 여성상을 부러워하며, 밥을 차려준다며 이를 과시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는 서로를 배우자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는 가치관이 생겨나는 것이다.

인구와의 관계

멜서스의 인구론에서는 탐욕의 억제, 성욕의 억제가 인구 증가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가 더 훌륭한 억제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장 한국만봐도 출산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사치품 소비량은 중국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인구밀도로 따지면 한국이 더 높을 것이다.)

보수적 가치관

유한계급은 이러한 현상유지를 원해 보수적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보수적 가치관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을 벗어나려면 노동에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가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들에서는 과로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지 않는가. 여가에 쏟을 여유가 없어 사람들은 진보를 멀리하게 되고 이는 보수적 가치관을 깨부술 싹을 잘라버림으로써 불만을 해소하는 사치스러운 부유한 계급의 사람들 못지않게 진보를 방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유한계급이 하위계층에게 생계의 수단을 빼앗아 보수적인 사람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요즘 한국사회 뿐만아니라 전 세계에서 극우 열풍이 불어대는데 책에서 본 설명이 너무나 들어맞아 주장을 펼쳐놓은 책이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