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가?
신은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떤 신인가? 이런 질문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혔다.
이에 대해 리처드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의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이 믿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또한 종교인들에게는 다소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신론자가 되는 것은 용감하고 화려한 포부이며, 신에 대한 믿음은 망상일 뿐이며 해로운 것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방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해봤다.
1) 신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단지 가설일 뿐이다. 아브라함계 종교(기독교, 이슬람..)에서 주장하는 전지전능한 신은 검증된 바 없는 이야기일 뿐이며, 모든 종교가 틀렸다.
2) 신이 사라진 뒤에 인간 사회는 어떻게 될까? 인간은 신의 존재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을 의지하면서 본연의 가치인 사랑과 연민을 찾게 될 것이다. 이는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3) 인간의 존엄성은 신 앞에서 어떻게 무너졌는가? 여태 일어난 수많은 종교전쟁 및 가난, 학대 신의 이름으로 치루어진 악행 역사적으로 헤아릴 수없이 많다. 이는 현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4) 인간의 뇌는 충분히 도덕적이다. 인간에게는 가난한 자들과 불우한 자를 돕는 타고난 본성이 있으며,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충분히 영적일 수 있다.
십자군 전쟁, 이슬람 극단주의, 무슬림과 힌두교 간의 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과 같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과 학살 사건이 그 이면에는 어떤 사상이 있기에 자행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이야기하지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신의 계시'였을 뿐이다.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종교인의 입장은 다르다.
책에 나온 한 이야기를 보자.
여호수아는 "주께서 저 도시를 너희에게 주셨다. 모든 것을 파괴해서 주께 바쳐라…,하지만 은이나 금, 동, 철로 만든 집기는 주께 바칠 것이다. " 그들은 남녀노소, 소, 양, 나귀등 도시의 모든 것을 칼로 모조리 없앴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가 이스라엘의 아이들에게 이 대목을 읽어주면서 올바른 행동을 했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반대는 8퍼센트며 나머지는 모두 우호한 대답을 했다. 이유는 신이 그들에게 땅을 약속했고, 정복하라고 허가했기때문이었다.
반대의 입장은 '아랍인들은 불결한데, 불결한 땅에 들어가면 그도 불결해지고 그들의 저주를 함께 떠안는다.', '전리품을 남겨놓지 않고 모두 파괴했기 때문이다.', '동물 역시 죽였기때문이다.' 등으로 다양한 대답을 볼 수 있는데 기대했던 반대 의견과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질문을 중국의 역사로 대입하여 물어봤을때는 이전의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중국 왕조의 행동에 대해서는 야만적인 집단 학살로 여겼으며, 올바른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대답이 7퍼센트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상식적으로(사실 여기서 상식적이란 말이 어느 범위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도덕적 판단이 가능했다면, 여호수아의 사례도 중국 왕조와 같은 결과가 나왔어야 할 것이다. '신의 계시' 이 하나가 결과를 뒤바꾼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게 아이들의 대답이었다는 점이다. 이 질문을 성인들에게 했다면 종교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자행하는 것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쉽게 알 수 있는 파트였다.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마음의 안식처를 얻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다보면 과거 토테미즘과 샤머니즘 성격의 종교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는데, 때문에 종교의 허구성을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측면을 보면 진화론과 창조론에서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창조론은 지구의 탄생을 아무리해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신이 창조했다는 것이다. 지구에 생물이 출현할 확률이 태풍이 운 좋게 비행기를 조립할 확률과 별 다를 바 없다고 하며 나름 과학적 한계를 근거로 이야기 한다.
마음의 안식처를 얻는 것을 뒤로 하고 과학적접근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게 '지구의 탄생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 신의 지적설계로 탄생했다'라고 한다면 이것을 받아들이긴 다소 무리가 있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성경 첫구절에 무슨 내용인지 들어는 봤을 것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짠하고.. 어쩌구.. 지구의 탄생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이 신에 의해 탄생되고 그의 운명이 신을 믿냐 안믿냐라 판가름 된다면 세상만사가 너무 허무하지 싶어서 믿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도킨스는 진화론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무신론이 바람직한 대한임을 깨닫도록 하는 데, 이는 유신론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킨스는 전쟁과 분쟁으로 나타나는 종교를 그냥두고 볼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신론자지만 종교의 폐단은 인정하면서도 긍정성까지 저버리지 못하는 입장이다. 종교가 근원은 지금의 상황을 염두하진 않았을 것이다. 시작은 지금과 다른 조건에서 발생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버팀몫이 되었을 것이다.
신과 종교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저자의 입장을 충분히 동의하지만 예수가 그러했던 것 처럼 실천적의미의 종교는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
참 머리를 자극하는 책이었다. 도킨스가 논증하려했던 신의 잘못된 모습과 종교의 오류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했다. 하지만 신이라는 거대한 관념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자면 진화를 논박하는 책도 나름 치밀한 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의 탄생과 존재는 모두 가설로 그 가설의 전제 위에 모든 것이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니 신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이라는 말 자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다. 신은 인간을 초월해 그냥 있을 뿐인 것이다. 어느 것이 진리인지 결국 스스로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일 뿐이다.